Style Story
The Most Wonderful Time
그 어느 해보다 더 반짝반짝 빛나는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배우 윤상현의 12월.
기사, 사진제공 | 더갤러리아 한 해의 마지막 화보를 장식했다.(웃음) 오직 12월에만 해볼 수 있는 홀리데이 콘셉트인데, 촬영은 즐거웠나?
그렇지 않아도 <더갤러리아> 12월호 인터뷰를 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연말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콘셉트이겠다 싶었는데, 생각보다 더 즐겁고 밝은 느낌으로 진행돼 촬영 내내 즐거웠다.(웃음) 그리고 완성된 컷들을 보니 스스로 몰랐던 표정이나 제스처들을 발견할 수 있어서 더욱 색다른 경험이었다.
지금 JTBC에서 방영되는 드라마 ‘조립식 가족’에서의 엄친아 ‘이준호’ 역할이 정말 잘 어울린다. 밝고 순수하고 사랑을 많이 받은 느낌. 그래서 실제 윤상현의 모습을 숨김없이 자유롭게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조립식 가족’은 배우 윤상현에게 있어 어떤 작품인가?
해보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해볼 수 있었기에 시청자들에게도 그렇게 보이지 않았나 싶다. 감독님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에게 항상 ‘자유롭게 연기해보라’고 하신다. 그래서 촬영장 분위기 자체가 자유롭다. 게다가 함께 촬영했던 동료 배우들이 거의 동년배이기도 하고, 촬영장에서 다 함께 얘기하고 서로 아이디어를 내서 연기하는 즐거움을 많이 느꼈던 작품이다. 작품하면서 정말 두루두루 서로 잘 지냈기 때문에 지금도 자주 연락하며 지낸다.
벨벳 턱시도 재킷과 화이트 리본 셔츠, 데님 팬츠와 블랙 코르사주 슈즈, 골드 브로치와 실버 링은 모두 돌체 앤 가바나, 소지의 실버 링은 트렌카디즘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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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혜 배우의 남동생 역으로 출연했던 ‘닥터 슬럼프’도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누나 있는 집 막내아들이라 그런지 ‘현실 남매’의 디테일이 살아 있는 연기였던 것 같다. 부산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서인지 부산과 서울말이 섞인 그 중간 어디쯤의 사투리도 재미있었고.
원래 처음 받은 대본엔 모든 대사가 서울말이었다. 부산에서 학교를 다녔지만 용인과 서울에서도 살았기 때문에 극중 남바다의 상황이 나와 비슷해 부산 말과 서울말이 섞여 있는 그런 사투리가 역할에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엄마 역으로 출연하신 장혜진 선배님과 삼촌 역의 현봉식 선배님도 모두 부산 출신이어서 함께 연기하면 부산 말이 절로 편하게 나와 자연스럽게 케미가 잘 맞았던 기억이 난다. 현실 남매 디테일을 살릴 수 있었던 건 실제로 한 살 차이 나는 친누나와 자랐기 때문인데, 누나와는 함께 코인노래방에도 가고, 쇼핑도 자주 할 만큼 친하다. 물론 ‘닥터 슬럼프’에서처럼 어릴 땐 먹을 걸로 투닥투닥 싸우고 그랬지만.(웃음)
그린 숄 칼라 재킷과 팬츠, 머플러는 모두 폴 스미스, 골드 링은 톰 우드, 선글라스는 토즈 제품. 블랙 니트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그런가 하면 ‘조립식 가족’의 준호 역할은 좀 다르다. 여주를 짝사랑하는데, 착하고 순수한 데다 공부도 잘해서 나중에 의사가 되는 엄친아 역할이다.
원래 준호는 주인공들의 학창 시절에만 등장하는 인물이었는데, 감독님이 좋게 봐주셔서 끝까지 함께하게 됐다. 준호라는 인물을 잘 표현해낸 것 같은 생각에 뿌듯했고, 시간이 흘러 의사가 된다는 설정이라 미리 의학 용어들을 공부하고 열심히 외우곤 했다.
데뷔작인 사극 ‘슈룹’에서의 왕자 역이나 의사 같은 특수한 역할에 도전해야 할 땐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할 것 같다.
연기할 땐 최대한 욕심을 덜어내려고 노력한다. 늘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지만, 촬영을 하다 보면 결국 나를 비워내고 욕심을 덜어야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더라. 물론 새로운 역할을 할 땐 긴장하기도 하고 두려울 때도 있다. 하지만 현장에 나가 동료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대화도 많이 하고 장난도 치다 보면 긴장과 두려움이 사라지곤 한다. 오히려 현장에 나가면 더 외향적으로 변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플라워 패턴 셔츠는 돌체 앤 가바나, 블랙 팬츠는 모스키노 바이 지스트리트494옴므, 그린 벨벳 로브는 스내피 커들, 골드 네크리스는 지방시, 골드 링은 트렌카디즘 제품. 블랙 가죽 암 밴드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지금 촬영하고 있는 <고백의 역사>는 어떤 작품인가?
넷플릭스 영화인 <고백의 역사>는 199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한 학원물이다. 부산 사투리로 연기하는 세 번째 작품인데, 사투리 연기의 정점을 찍을 것 같다.(웃음) 동국대 동기인 신은수 배우가 여주인공 ‘박세리’ 역할로 나오고, 나는 같은 반 친구이자 세리의 단짝 친구인 ‘백성래’ 역할로 나온다. 이 작품도 동년배 배우들과 함께 출연해 굉장히 재미있게 촬영하고 있다. 경험해본 적 없는 1990년대의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그 시절 사진들을 많이 찾아보고 노래도 많이 듣고 있다. 90년대는 어땠는지 부모님께 자주 여쭤보기도 하면서 여러모로 열심히 준비했으니 백성래라는 캐릭터에 대해 기대하셔도 좋을 듯하다.
차근차근 착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연기를 전공하고 있는데, 학교에서 배운 것과 실전은 정말 다르다는 걸 느낄 때가 있을 것 같다. 연기가 정말 ‘일’이 되었다고 느껴질 때가 있나?
실제로 배우로 일하게 되면서 현장에 가면 스스로를 증명해 보이려는 나를 발견한다. 그럴 때마다 ‘이게 정말 내 직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실제로 잘해야 된다. 다른 배우들 앞에서 연기를 펼쳤을 때 결코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어 더 열심히 하게 된다.
블랙 크롭트 재킷과 베스트, 타이 셔츠, 팬츠는 모두 돌체 앤 가바나, 진주 네크리스와 링은 모두 타사키 제품. -
2024년을 뒤돌아본다면, 윤상현에게 어떤 해로 기억될까?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나서 가장 바쁘게 보낸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지금도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여전히 바쁘게 촬영하고 있지만, 돌아보면 그저 뿌듯하기만 하다. 특히 오늘 <더갤러리아> 12월호 인터뷰를 하다 보니 문득 ‘올해를 잘 보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다. 참 감사할 일이다.
2025년에 꼭 해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 하나만 공개해달라.
번지점프! 꼭 2025년이 아니라 사실 매년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인데, 고소공포증이 심해서 아직 해보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올여름에 가평 근처에서 번지점프하는 곳을 봤는데, 겁나서 도전하지 못했다. 내년엔 꼭 이룰 수 있길.(웃음)
가죽 칼라의 버건디 니트 톱과 플리츠 팬츠 스커트는 모두 펜디, 블랙 로퍼는 돌체 앤 가바나, 실버 스퀘어 링은 톰 우드 제품. 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