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Story
ME MYSELF & I
연기를 할 때 비로소 나 자신을 알게 된다는, 배우 정건주의 빛나는 나날들.
기사, 사진제공 | 더갤러리아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우리, 집’이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로 눈도장을 찍고, 이 작품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정건주’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것 같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 때의 관심도 감사했지만, ‘우리, 집’이라는 작품을 통해 그간 보여주지 못한 면모를 많이 보여 드리게 돼 그 모습을 보고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의 응원이 더욱 색다르게 다가왔다. ‘문태오’라는 두 얼굴의 인물을 연기할 때 그동안 본 적 없었던 내 모습을 보는 것도 색달랐고, 처음 시도해보는 것들이기에 실제로 연기하면서 쾌감과 뿌듯함도 느꼈다. 그리고 필모그래피 중 최초의 악역이어서 그런지 리뷰에 욕이 등장한 것도 감사하다.(웃음) 그만큼 악역 캐릭터를 잘 연구해 연기를 잘 해냈구나 싶어 욕을 먹어도 기분이 좋았던 거다.
복잡한 내면과 배경을 지닌 문태오 역할을 표현해내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이번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아무리 빌런이라 해도 전형적인 악역 연기를 하고 싶진 않았다. 실제로 진짜 빌런은 일상에선 티가 안 나듯, 최대한 담백하게 표현하려 노력했다. 나는 어려서부터 사랑을 아주 많이 받고 자랐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런데 문태오는 정말 정신이 온전할 수 없고, 콤플렉스가 가득할 수밖에 없는 그런 환경에서 자란 인물이다. 비슷한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참고해 간접경험을 해보려 했지만 그럴수록 재미가 없어지는 것 같았다. 대신 분노, 냉소 등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내재된 감정들을 좀 더 끄집어내 캐릭터를 구현하려 노력했다.
화이트 재킷과 이너 톱, 팬츠, 슈즈, 네크리스는 모두 맥퀸 by 션 맥기르, 안경은 젠틀몬스터, 벨트와 이어 커프, 벨트 키체인은 모두 스타일리스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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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반년간 촬영했다고 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추억은 무엇인가?
김희선 선배님이 정말 쿨하고 성격이 좋으시다. 극 후반부쯤에 취조실에서 수갑에 묶인 채 김희선 선배님에게 소리치는 장면이 있다. 난 몰랐는데 연기하면서 감정이 올라오다 보니 내가 침을 많이 튀겼던 모양이다.(웃음) 한 테이크가 끝나고 선배님이 스태프 분들에게 휴지 좀 달라고 해서 얼굴을 계속 닦으시더라. 한 서너 테이크가 지나서야 알아차리곤 놀래서 “선배님 제가 침 튀겼나요?”라고 물으니 “괜찮다, 침을 튀기는 게 충분히 맞다, 지금 네 감정이 너무 좋으니 신경 쓰지 말고 연기하라”고 해주셔서 더 많이 튀기면서 촬영을 마쳤던 기억이 난다.(웃음)
이혜영, 김희선, 권해효, 안길강, 김남희, 신소율 등등 정말 다양한 스펙트럼의 선배 연기자들이 함께했다. 후배 연기자로서 신기하기도 하고, 부담이 되기도, 그리고 배울 점도 많았을 것 같다.
두말할 것 없이 정말 많이 배웠고, 다양한 캐릭터들과 함께 했기에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했다. 대선배님들과 감독님도 내가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지켜봐주셨던 것 같다. 여러모로 앞으로의 인생에 좋은 자양분이 된 작품이 아닌가 싶다.
도트 재킷과 팬츠는 잉크, 글리터 슈즈는 크리스찬 루부탱, 워치는 몽블랑 제품. 벨트와 네크리스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지금은 ‘체크인 한양’이라는 작품을 촬영하고 있다. 전작으로 ‘꽃선비 열애사’가 있으니 사극이 완전 처음은 아닌데, 사극을 할 기회가 자주 생긴다는 건 그만큼 연기 스펙트럼이 넓다는 걸 인정받는 느낌이 아닐까 싶다. 본인이 생각하는 사극의 매력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체크인 한양’은 조선시대 최초의 여각, 용천루에서 벌어지는 인턴 사환들의 이야기다. 신분에 상관없이 오로지 능력으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곳인데, 나는 용천루 대표의 아들 역을 맡았다. 김지은, 배인혁, 재찬 배우가 등장하는데, 이 4명의 인물들이 로맨스, 코믹, 액션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사극은… 정말 힘들긴 하다.(웃음) 촬영 기간도 긴 편이고, 보통 지방 세트장에서 촬영하다 보니 왔다 갔다 하는 이동 시간도 길다. 여름에 촬영하면 세 겹짜리 한복을 입어야 해서 너무 덥기도 하고. 하지만 사극을 찍음으로써 그 시대 사람처럼 생활해볼 수 있는 게 정말 큰 매력이다. 내가 배우 일을 하지 않고 사극을 할 기회가 없었다면 살면서 결코 이런 경험을 해볼 수 없었겠지. 그리고 사극 촬영을 위해 지방을 많이 다니다 보면 우리나라에 정말 아름다운 곳들이 너무 많아 ‘곱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그런 매력들로 인해 사극 촬영이 힘들어도 즐겁다.
그레이 재킷과 베스트, 팬츠는 모두 디올 맨, 네크리스는 쇼메 제품. -
2017년에 데뷔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다작을 했더라. 필모그래피가 점점 쌓여가면서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는지 궁금하다.
뭐든 들어오는 대로 열심히 하는 게 내겐 당연했던 것 같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땐 거대한 플랜이 있었다기보다 모든 것이 마냥 신기했다. 하지만 점점 연기에 재미를 느끼다 보니 쉬는 게 더 스트레스더라.(웃음) 뭐랄까, 연기를 안 할 때는 나를 잃는 기분이 드는 순간이 종종 있다. 물론 일이 없는 시간 또한 나를 성장하게 함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7년간 연기하면서 늘 짝사랑만 하다 끝나는 배역만 맡아서 이젠 좀 사랑을 이루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대만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같은 작품은 어떨까 싶다. 멜로도 좋고, 로코도 좋고, 청춘물도 좋다. 그런데 꼭 사랑이 이루어지는 역할이었으면 좋겠다.(웃음)
내년이면 서른이니, 인생이나 일에 대한 마음가짐이 더 새로워질 것 같다. 배우 정건주에게 있어 이 일을 꼭 해야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일을 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차츰 깨닫게 됐다. 조금 추상적이긴 하지만 연기를 계속해나가고 싶은 원동력이 바로 거기에서 오는 것 같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이 일을 하며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소중함과 감사함이 점점 더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바쁘고 힘들까봐 주변에서 걱정해줘도 난 그다지 힘들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즐겁게 일하고 있다.
딥 그레이 재킷과 화이트 셔츠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워치는 예거 르쿨트르, 링은 쇼메, 안경은 오프브로드웨이 제품. 타이와 타이 바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요즘 최대 고민은 무엇인가?
스트레스를 잘 푸는 방법을 찾는 것. 스트레스의 카테고리는 상당히 다양하다. 몸에 피로가 쌓여도 스트레스가 되고, 정신적으로 신경 쓰이는 일이 많을 때도 스트레스가 찾아온다. 이렇게 다양한 부류의 스트레스를 어떻게 잘 풀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대부분은 운동을 하는 등 몸을 많이 움직여서 해소하고 있다. 그리고 낮에는 사람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니 집에서 조용히 맥주 한잔하면서 농구 경기 보는 것이 힐링이다.(웃음)
그럼 요즘의 가장 큰 소망은 무엇인가?
부모님과 이제 열한 살이 된 강아지 칠봉이의 건강.(웃음) 엄마한테 전화하면 “우리는 별일 없어, 잘 지내고 있다”며 항상 걱정 말라고 하신다. 그래서 소원은 딱 하나, 내년에도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는 거다.
링은 프레드 제품. 블랙 재킷과 팬츠, 화이트 셔츠, 슈즈, 실버 네크리스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