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Story
I am not Scared to be Seen
짧은 휴식기를 마치고 돌아온 남윤수가 들려주는 보통의 사람 고영, 그리고 ‘배우 남윤수’의 이야기.
기사, 사진제공 | 더갤러리아 지난여름 아버지에게 신장 이식 수술을 해 드리고 휴식 기간을 가졌다. 회복은 잘 되었는지, 그리고 최근 촬영한 ‘대도시의 사랑법’ 방영을 앞두고 활동을 재개하는데, 소감이 어떤지도 궁금하다.
아버지는 이제 혈색도 좋아지고 컨디션 회복도 잘 돼 건강을 되찾고 계신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작년 말부터 열심히 촬영해 봄쯤 촬영을 마쳤고, 오는 10월 말 방영 예정이다. 쉬면 안 되는 체질인데 너무 쉬다 보니 꿈에서도 일을 하고 있더라. 예를 들면 현장에서 실수하고 이런 꿈들.(웃음) ‘대도시의 사랑법’은 아직 나도 편집한 걸 보지 못해서 어떻게 완성됐을지 개인적으로 무척 기대하고 있다.
부커상을 수상한 박상영 작가의 원작 소설이 워낙 화제였다.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로도 만들어졌기에 캐스팅 후 역할에 임하는 자세가 남달랐을 것 같다. 성소수자인 주인공 ‘고영’ 역을 연기했는데, 남윤수가 해석한 고영에 대해 직접 소개해달라.
작품은 고영의 스무 살부터 서른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고영은 항상 누군가와의 사랑을 찾아 헤매는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 별다를 바 없는 인물이다. 물론 에피소드마다 그 사랑의 대상은 다르다. 연인에 대한 사랑 이야기도 있지만 친구와의 사랑, 부모 자식 간의 사랑 이야기도 있다. 그러므로 고영의 이야기는 ‘사랑을 찾아가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듯 말이다. 롱 코트와 시퀸 장식의 비스코스 폴로 셔츠, 자수 디테일을 더한 울 팬츠, 네크리스처럼 연출한 스카프는 모두 구찌, 베네치아 가죽 소재 부츠는 벨루티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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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작가가 직접 대본에 참여했고, 4명의 감독이 연출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제작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각 에피소드마다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감독님이 바뀔 때마다 촬영감독님, 조명감독님 등 스태프들도 다 바뀌기 때문이다. 어떤 감독님은 롱테이크로 가시고, 어떤 감독님은 컷마다 나눠 여러 가지를 쓰시기도 했다. 이렇듯 전체적인 톤이나 앵글이 다 달라 한 사람의 이야기를 그렸지만 다른 작품을 보는 듯한 흥미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품 촬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추억은 무엇인가?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고영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경험하는 이야기들을 그리다 보니, 그 속에 많은 인연이 등장한다. 그래서 잠깐씩 출연하는 상대 배우들과 인사를 나누고 곧 헤어지고, 또 다른 배우 분을 만나 인사하고 헤어지고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감독님이 네 분이기 때문에 대본 리딩이나 의상 피팅을 계속 새로 해야 했던 것도.(웃음) 지금까지 한국에서 이렇게 제작한 작품이 없다고 하더라. 어쨌든 ‘대도시의 사랑법’을 촬영하면서 배우로서도 짧은 순간 많이 성장할 수 있었음을 느낀다.
손에 든 오버사이즈 재킷, 브라운 울 니트 톱과 옐로 후디 톱, 벨트 장식을 가미한 팬츠, 빈티지 워싱 디테일의 레이스업 슈즈 모두 프라다 제품. -
또 다른 뉴스로, ‘2024 퀴즈 온 코리아’에서 김진웅 아나운서와 더블 MC를 맡게 됐다. 퀴즈 프로그램의 진행은 또 다른 영역인 것 같은데, MC로 낙점된 소감이 어떤가? 그리고 전 세계에 생방송으로 방영될 텐데 떨리진 않는지?
KBS와 외교부가 공동 제작하는 ‘퀴즈 온 코리아’는 2012년부터 매년 전 세계 한류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글로벌 퀴즈 프로그램이다. 1년에 딱 한 번 방영되는데, MC로 발탁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이렇게 여러 나라의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으니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그래도 나름 2년 넘게 생방송 ‘엠카운트다운’을 진행했고, 2022년에는 ‘마마 어워즈’의 MC를 맡기도 해서 자신이 있다.(웃음) 그리고 뭐, 실수하면 어떤가? 완벽한 사람은 없다. 웃으면서 잘 넘기는 게 생방송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모델로 데뷔해 배우로 전향 후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나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달라지는 공기 내음으로 현장에서의 순간들을 떠올린다. ‘아, 이 장면을 찍는 날 이런 공기를 맡았던 것 같다’ 하고 말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런 습관이 있었다. 등교할 때 맡았던 공기, 모델 활동할 때 스튜디오에서 맡았던 공기, 그리고 이제는 촬영 현장에서 맡은 공기 내음으로 머릿속에 각인되는 추억들이 쌓여가고 있다.
로고 레터링을 가미한 스웨터와 함께 연출한 화이트 셔츠, 웹 디테일 삭스는 모두 구찌, LV 로프 네크리스와 시그니처 레터링을 각인한 블랙 & 화이트 로퍼는 모두 루이 비통 제품. -
오늘의 공기는 어떤가?(웃음)
예전에 한창 모델 활동을 할 때가 생각나는 공기다.(웃음) 고등학교 때 모델로 데뷔해 매거진 촬영을 많이 했는데, 그때 맡았던 지하의 스튜디오 냄새가 떠올랐다.
다른 영화나 드라마 등을 보며 ‘이건 내가 해보고 싶다’고 생각되는 작품 속 캐릭터가 있을까?
예전에는 시한부 인생인 역할, 잔인하고 무서운 사이코패스 등 분명 갈망하는 캐릭터들이 있었는데, 점점 그런 기준을 두지 않게 됐다. 어떤 캐릭터를 원하기보다는 주어진 역할의 서사를 통해 스스로 그것을 ‘나만의 캐릭터’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가죽 블루종과 그레이 울 쇼츠, 콤배트 로퍼는 모두 디올 맨, 네이비 비니는 펜디, 마리나 체인 네크리스는 구찌 제품. 삭스는 에디터 소장품. -
정말 ‘배우가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을까?
사소한 걸 수도 있는데,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는 미팅이나 오디션에서 많은 분들이 내가 모델 출신인 걸 알아봐주셨다. 그런데 지금은 모델 활동했던 사실을 잘 모르시고 오히려 배우로 데뷔했다고 생각하시더라.(웃음) 4~5년 넘게 모델 일을 할 때는 캐스팅 제의가 들어와도 연기 욕심이 전혀 없었다. 그러다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면서 내 안에 연기에 대한 욕심이 있다는 걸 느꼈다. 연기할 때 가장 재미있고 신나는 지금, ‘이 길이 맞다’고 느껴진다. 배우는 촬영이 시작되면 쉬는 날 없이 하루에 3~4시간씩 자면서 일해야 하지만, 이 일을 할 때 가장 재미있기 때문에 힘들어도 또 일어설 수 있다.
더블 브레스티드 롱 코트와 탱크톱은 모두 아미, 하트 펜던트 네크리스는 돌체 앤 가바나 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