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Story
Something Different
보통의 하루가 가장 소중하다고 말하는, 배우 홍종현의 달라진 눈빛.
기사, 사진제공 | 더갤러리아 최근 쿠팡플레이 드라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서 주연인 민준 역으로 오랜만에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소감이 어떤지 궁금하다.
사실 어떤 작품이든 마찬가지지만 작품이 공개되고 나면 기대와 설렘, 떨리는 마음들로 가득하다. 어릴 때는 ‘나중에 시간이 쌓이면 달라질까?’ 싶었지만 아직 여전한 것 같다.(웃음) 그리고 한국과 일본 두 나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인데, 내가 등장하는 신은 한국 분량뿐이라 일본에서 촬영한 내용들이 어떻게 그려질지 개인적으로도 궁금했고, 나 또한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그 부분을 시청자와 함께 보는 그런 재미도 있다.
한국 여자 ‘홍’과 일본 남자 ‘준고’의 운명적인 사랑, 그리고 홍의 현재 약혼자로서 지고지순하고 가슴 아픈 사랑을 해야만 하는 ‘민준’ 역할을 맡았다. 어떤 인물인지, 이 역할을 맡은 본인 해석대로의 인물 소개를 부탁한다.
민준은 어릴 때부터 여주인공 홍을 좋아해오다 홍이 준고와 이별한 후 한국에 돌아오자 사랑을 고백하고 홍에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개인적으로는 원작보다 더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푸는 사람으로 민준을 바라본 것 같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크고 작은 갈등이나 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대본을 읽고 나니 홍에 대한 민준의 사랑은 더욱 무조건적인 것 같아서다. 내 연인이 아무리 옛 사랑을 잊지 못한다 해도 ‘홍이 뭘 하든 난 다 이해할 수 있고 양보할 수 있어’ 이런 느낌이랄까? 어떻게 보면 현실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웃음) 하지만 민준에겐 홍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존재이고, 홍을 빼고는 살아갈 수 없는 캐릭터라 그런 방향으로 인물 해석에 접근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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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츠지 히토나리라는 양국의 유명 작가들이 집필한 원작 소설을 토대로 해 더욱 이색적이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촬영에 들어가기 전 어떤 준비를 했는지, 민준 역할은 어떻게 만들어갔는지 과정도 궁금하다.
여러 가지 면에서 특별한 작품이다. 원작 소설이 워낙 사랑을 많이 받았던 작품이기도 하고, 감독님은 한국 분이지만 한국과 일본 배우가 모두 참여했고, 촬영 또한 양국을 오가며 진행했다. 특히 일본에서 촬영한 부분들은 현지에서 한국과 일본 배우들이 함께 출연해 더욱 이색적인 느낌이 든다. 민준을 연기할 땐 지고지순함뿐 아니라 연인의 감정이 변하는 걸 애써 모른 척한다거나 ‘괜찮을 거야’ 하고 외면하기도 하며 내면의 불안함과 연인에 대한 믿음이 충돌하는 미묘한 감정들을 잘 표현해야 했다. 감정의 흐름 중간중간 표정이나 눈빛으로 살짝 텀을 준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했지만, 사실 현장에서 감독님과 서로 상의하며 풀어나간 부분이 더 크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며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기에 큰 아쉬움 없이 촬영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시청자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민준을 연기할 때의 표정이나 호흡 조절 등 디테일을 목도하면서 배우 홍종현이 많이 변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작품이 방영된 후 인터뷰를 많이 했는데, 그동안 오래 봐온 기자님들로부터 그런 얘기를 종종 들었고, 거의 좋은 방향의 이야기여서 내심 기분이 좋더라. 변화한 이유를 묻는다면… 나도 사실 잘 모르겠다.(웃음) 그간 있었던 일이라면 나이 몇 살 더 먹은 것과 군대에 다녀왔다는 것 정도? 그런데 확실히 시간이 흘러 나 스스로 많이 편해진 게 사실이다. 어릴 때보다 마음이 안정됐다고 해야 할까? 놓을 줄 알게 된 것 같고, 그리고 나라는 사람을 좀 더 알아가다 보니 스스로를 잘 케어하는 방법 또한 터득하게 돼 그런 듯하다. 아마 이러한 요인들이 한데 모여 나라는 인간이 점점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하게 돼서 그런 건 아닐까 한다. 무엇보다 건강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요즘에는. -
‘나이를 먹으며 나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인데, 예전엔 불확실한 게 참 많았다. 그러면 필요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해하고 조급해했지만, 요즘엔 그런 부정적인 감정이 드는 시간들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단적인 예로, 만약 촬영이 없으면 ‘난 이제 더 이상 이 일을 하지 못하는 걸까?’라는 생각에 우울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시간을 어떻게 잘 보낼지, 그동안 해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 하지 못했던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쉴 때 건강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그 원동력으로 다음 작품에 좀 더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쉴 땐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하다.
보통 촬영이 없는 날엔 일어나서 반려견 진이와 산책 나가고, 아점을 먹은 후 운동을 다녀온다. 오후에 약속이 없으면 거의 진이와 집에서 조용히 하루를 보내는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다. 요즘엔 만나는 사람 수가 현저히 줄어 약속도 많지 않은데, 이젠 그런 삶이 편하게 느껴진다.(웃음) 어릴 땐 많은 사람들을 만나려고 노력하고, 그게 사회생활을 잘하는 거라 생각했다. 나 하나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요즘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며 과거의 나를 자주 돌아보곤 하는데, 그땐 뭔가 굉장히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을 하루에 하나라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고, 제대로 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듯하다. 이것도 약간의 변화라면 변화일 수 있는데, 이젠 혼자만의 시간을 건강하게 잘 보내고, 내일을 잘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의 배우 커리어에 큰 의미를 남길 작품들을 더더욱 많이 하게 될 텐데, 이 일을 꾸준히 이어가고 싶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처음 시작은 단순했다. 눈치챘겠지만,(웃음) 나는 무척 조용한 사람이다. 말하는 것보다 많이 듣는 편이고, 아주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내면의 솔직한 얘기들까지 다 털어놓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살면서 아주 커다란 감정의 폭을 많이 경험해보지 못했다. 배우라는 직업이 너무너무 신기했던 건 어떤 역할에 맞게 감정들을 표출하면서 그걸 보는 사람들도 그 감정을 느끼게 하는 일이라는 거였다. 바로 그런 점이 배우라는 일에 관심을 갖게 한 계기가 됐다. 물론 실제 성향과 다르다 보니 어려운 점들이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나도 몰랐던 내 안의 감정들을 찾아내기도 하면서 점점 더 배우 일에 몰두하게 됐다. 사람은 모두가 다르다.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삶을 살면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새로운 경험 속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도 있다. 나는 처음 맞는 상황에 놓일 때 좀 더 재미를 느끼는 편이다. 연기를 하다 보면 항상 모든 상황이 변한다. 늘 새로운 캐릭터를 연구하고 새로운 스태프들, 낯선 장소에서 일해야 한다. 뭐 하나 똑같은 게 없다. 때론 그런 상황들이 가혹하거나 무서울 때도 있지만 지루할 틈이 없어 좋다. 그래서 좀 더 오랫동안 이 일을 사랑하며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KBS2에서 하반기에 방영될 드라마 단막극 ‘핸섬을 찾아라’도 눈길을 끈다.
신인 때 자주 출연했던 단막극을 조금 연차가 생겨 다시 도전하니 감회가 새롭더라. 과거에 굉장히 인기가 많았던 아이돌 그룹의 센터인(웃음) ‘핸섬’이란 멤버 역을 맡았는데, 그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과거 동료 멤버였던 친구들이 핸섬을 찾아 나서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굉장히 유쾌한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반응이 기대된다. 이 역할 덕분에 2000년대 후반 인기 있었던 아이돌 스타일의 머리도 해보고, 안무도 배우고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 물론 춤에 대한 센스가 전혀 없어 열심히 배웠지만 율동에 가까운 수준이다.(웃음) 데뷔하는 감독님이나 작가님, 신인 배우들에게 정말 좋은 포맷인 단막극 형태의 작품들이 최근엔 많이 줄어서 참 아쉬웠다. 이런 기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
이제 올해도 거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홍종현에게 2024년은 어떤 해로 기억에 남을까?
이것도 내 안의 변화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을 만한 사건들이 많지 않아도 괜찮은, 정말 조용하고 건강하고 차분하게 보낸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아까도 말했지만 어릴 때는 한 해가 온통 이벤트 천지였던 것 같다.(웃음) 이달엔 뭐가 있고, 다음 달엔 또 뭐가 있고…. 예전엔 무조건 큰 이벤트들이 있어야 안심되고 재미있었다면, 올해는 차분한 1년을 보낸 것 같아 더욱 뿌듯하다. 그리고 제일 좋은 건 부모님, 진이와 함께 시간을 많이 보냈다는 거. 언제 또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모르니까 말이다. 열심히 살면서 건강하게 쉬려고 한다.
그래도 올해가 가기 전 꼭 해보고 싶은 위시 리스트는?
글쎄, 지금의 시간들이 안정적이어서 그런지 그저 큰 사건 없이 요즘처럼 시간이 조용히 잘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것 정도? 평범한 보통의 하루가 가장 어려운 법이다.(웃음)